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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문화

"그 사람들은 배가 고파서 온것이 아니야."

나는 국제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고 외국인 남편과 가장 많이 싸운 것은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것 때문이었다.

직장동료부터 시작하여, 친구들, 아는 사람들, 이웃 사람들 까지..

일본에서도, 터키로 거주지를 옮겨서도 매번 남편은 나를 보며, 손님 초대 이야기를 한다.

"지오, 있잖아.. 사람들이 우리집에 오고 싶다는데?" 미안한듯 나에게 묻는다. 왜냐면, 내가 손님 초대를 너무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때문에..

'왜 자꾸 남편은 집에 손님을 초대하려는 걸까.. 벌써 몇번째야!' 화가 머리 끝까지 나고, 그럴때면 한바탕 싸움을 하곤 했다.

"나도 당신이 사람들 집에 초대하는 것 싫어하는 거 알아서, 아는 사람이 멀리서 오면, 안마주치려고 왔던길 다시 돌아간단 말이야! 왜? 그사람이 나 보면, 우리집에 와보고 싶어 할껄 아니깐!!" 남편도 힘들었는지 소리를 지른다.

싸움끝에, "알았어.. 오라고 해..." 어쩔수 없이 또 허락을 해버렸다..

허락을 한 후, 내 머리는 정신없이 움직인다..'스프는 뭘하지..메인은? 샐러드랑, 마지막 후식은? 재료는 있나 없나 등등'

아침부터,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화장실, 거실, 방.... 점심이 되어야 음식 시작..아가가 운다..등 뒤에 업고 달래가며..음식을 한다..

오후가 되었다. 음식은 거의 다 되었고, 이제 사람들이 올 시간.

사람들이 반갑에 인사를 한다. 볼키스를 하며.. 나도 최대한 상냥하게, 친절하게 인사하고, 바로 주방으로 갔다. 스프를 내가고, 사람들이 잘 먹고 있나 컨트롤 하면서, 그 다음 음식 준비하고, 내가고..마지막, 후식까지..

내 나름대로, 음식도 괜찮았고, 셋팅도 괜찮았고.. 잘한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이 이야기들을 하는데, 계속 이어진다.. 나는 간간히만 얼굴을 비치고, 주방에서 내 할일 열심히..

사람들이 참 말도 많이 한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손님들이 가는 모양이다..다시, 미소를 장전하고, 잘 가시라고 최대한 예의바르게 굿바이를 했더랬다.

내 나름대로는 만족했던 손님초대.. 근데, 남편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이다.

"왜?" 했더니,

"자기는 왜 손님들하고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안해?"

" 나? 나는 음식 준비하느라고.. 또 뭐 필요한거 있나 보느라고 정신없었지" .. 나 진짜 바빴는데...

그러니, 남편이 말한다.

"자기야. 그 사람들은 배가 고파서 온 사람들이 아니야.. 그 사람들은 너가 궁금하고, 너랑 이야기하고 친해지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야. 손님들을 놔두고, 넌 계속 부엌에만 있고, 여기 오지 않으니까, 손님들이 당신이 자기들을 안좋아 한다고 생각하잖아. 난 화장실도 못갔어! host가 없이 손님만 남기고 어떻게 다른 곳에 가니" 한다.

머리 한대 맞은거 같다.. 그러면서도, 그 소리를 들으니, 기가막히기도 한다.. 난 죽어라고 열심히 청소하고, 음식준비하고, 스마일 날리면서 친절하게 한다고 했건만! 서운함이 물밀듯이 들고, 억울해서 눈물도 나려한다..

울 엄마는 집에 아빠손님들이 오시면, 항상 부엌에서 음식 준비하시고, 내가시기만 하셨지, 아빠 친구분들이랑 같이 앉아서 이야기하면서 식사하지 않으셨는데..(참고로 난 1970년대 생이다..나 어릴때는 그랬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그리고..

터키에서도 10년이 지났다. 이젠, 제법 손님 접대에도 배테랑이 되었다. 음식이 좋으면 좋겠지만, 음식이 완벽히 준비되지 않아도 이젠 host의 역할을 조금씩 잘 해내가고 있는 것 같다.

음식이 부족해도, 음식이 좀 늦어져도,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는것, 손님들이 우리 집에 오고싶어 할 때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우리와 좀 더 친해지고 싶음을 표현하는 것이라는걸...

나의 자리는 부엌이 아니라, 주체적인 자리에서 손님들과 함께, 즐기며, 이야기 하며, 소통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